서론
충수염은 맹장 끝에 6~9 cm 길이로 달린 충수 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수술을 요하는 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연령에 호발하고,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것(1.4:1)으로 알려졌다[1]. 충수의 염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천공으로 진행할 수 있어, 급성충수염이 진단되면 신속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수술시기, 절개방법의 선택, 배액술 시행여부, 창상의 처리, 항생제 투여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본론
병태생리학(Pathophysiology)
충수염은 분석(fecalith)이나 충수결석(appendicolith), 림프구 증식, 씨앗 같은 이물질, 또는 종양 등에 의한 충수 내강의 폐쇄로 발생한다. 내강의 폐쇄로 인해 장내세균 증식과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점액의 축적에 의해 충수 내강의 압력이 증가하여 배꼽 주위에 통증이 발생하고, 오심, 구토, 식욕 부진이 나타난다. 지속적인 내강 압력의 증가는 충수의 림프관과 정맥 흐름을 방해하여 점막의 허혈이 발생하고, 국소화된 염증 반응을 촉진시켜 충수의 장막층까지 염증이 진행되면 인접한 복막에 영향을 주어 오른쪽 하복부에 국소적인 통증을 일으킨다. 계속되는 내강 압력의 상승은 동맥혈의 흐름을 저하시켜 충수벽 전층에 괴사와 천공을 일으킨다[2].
세균학(Bacteriology)
정상 충수의 균무리(flora)는 다양한 호기성 및 혐기성 박테리아균이 있는 대장과 유사하다. 천공성 충수염에서 흔히 발견되는 균주로는 Escherichia coli, Bacteroides species가 있다[3].
진단(Diagnosis)
1) 병력(history)
충수염은 급성 복통을 가진 모든 환자에서 감별 진단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충수염에서 복통은 가장 흔한 증상이며, 거의 모든 환자에서 보고되고 있다[4,5]. 전형적인 증상은 내장 구심성 신경의 활성화로 인한 배꼽 주위 통증으로 시작해서, 식욕부진과 오심이 따른다. 염증 과정이 충수돌기를 덮는 벽쪽 복막으로 진행됨에 따라 오른쪽 하복부에 국한된 통증이 발생한다[4]. 이러한 고전적인 통증의 이동은 급성 충수염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증상이다[6]. 오른쪽 하복부 통증은 충수염의 가장 중요한 징후 중 하나이지만, 충수의 해부학적 변이에 의해 비전형적인 위치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7]. 통증 이외에 오심(민감도 58%, 특이도 36%), 구토(민감도 51%, 특이도 45%), 식욕부진(민감도 68%, 특이도 36%)과 같은 소화기계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 통증 이전에 변비를 호소하고, 배변 후 복부 통증의 완화를 경험하기도 하고, 어린이의 경우 특히, 천공과 관련해서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7].
2) 신체 검사(physical examination)
급성 충수염에서는 미열이 흔하고, 복부 검사 시 감소된 장음과 국소적 압통, 그리고 수의적 방어(voluntary guarding)를 보인다. 압통의 위치는 충수 돌기 위쪽에 위치하며, 일반적으로 배꼽에서 전방골극으로 그려진 선을 따라 바깥쪽 3분의 1에 위치한 맥버니포인트(McBurney's point)에서 발생한다[3]. 그러나 정상 충수는 가동적이므로 맹장 기저부를 따라 360도의 어느 부위에서나 염증이 있을 수 있어 통증의 최대 부위와 압통의 위치는 다를 수 있다. 복막 자극 증상이 수의적, 불수의적인 방어, 타진 또는 반발통의 신체검사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기침(Dunphy's sign)을 포함한 모든 운동은 통증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이외의 다른 증후로는 왼쪽 하복부 촉진시 우측 하복부의 통증(Rovsing's sign), 고관절의 내회전시 통증(obturator sign), 그리고 우측 골반의 신전시 통증(iliopsoas sign) 등이 있다[8-10].
4) 진단적 영상(diagnostic imaging)
과거에는 주로 병력과 진찰 소견에 의존하여 진단을 하였지만,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충수염 진단에 여러 가지 영상학적 도구들이 이용되고 있다. 단순 복부 촬영에서 맹장 위치에 석회화된 분석이 10~15%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17], 우측 만곡증, 우측 요근(psoas) 음영 소실, 우측 복막 앞 지방선(preperitoneal fat line) 단절 등의 소견이 나타날 수 있으나, 비특이적이며 50% 미만에서만 나타나므로[18], 단순 복부 촬영만으로는 급성 충수염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9]. 1986년 Puylaert [20]에 의해 급성충수염 진단에 초음파 사용방법이 처음 기술된 이래로 초음파 기기의 발달과 진단 기술의 향상은 급성 충수염의 진단에 간편하고 빠르며 반복적인 검사가 가능한 초음파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초음파에서 급성 충수염은 직경이 6~7 mm 이상이고, 종측 영상에서 소시지 모양의 맹관 구조(blind-ending structure)를 보이거나, 횡측 영상에서 무에코성 환으로 둘러 싸여지는 표적(target) 모양을 보이고, 점진적 압박 방법에 의해 충수가 눌리지 않을 경우에 진단되며[21,22], 천공된 충수염의 경우는 맹장 주위의 액체, 불규칙한 충수벽의 비후 및 충수 주위의 혼합된 음영의 종괴가 보일 시에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의 진단 정확도는 71~97%,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76~96%, 47~94% 범위로 보고되었다[23-26]. 초음파검사는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비침습적이며, 조영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방사선 피폭이 없어서 소아 및 임산부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음파를 시행하는 의사에 따른 정확도의 차이, 초음파 시행자 이외에는 이미지 해석의 어려움이 있어 정확도에서 시행자에 따른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
방사선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이 충수염 진단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정확도는 93~98%,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7~100%, 95~99%로 보고되고 있다[4,23,27]. 충수염 환자의 전형적인 CT 소견은 충수의 직경이 7 mm 이상으로 팽창, 막힌 내강, 3 mm 이상의 충수 돌기 두께, 충수 주위 염증 소견, 충수벽의 음영증강과 충수결석 등이 있다[4,27,28]. 이외에 최근 자기공명장치가 임산부에서 발생한 급성 복통이나 골반통 검사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29,30].
6) 치료(treatment)
급성 충수염에서 치료의 목표는 빠른 진단과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추구하지 않고, 충수염의 진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급성 충수염 환자는 적절한 수액 요법과 전해질 불균형의 교정, 그리고 수술 전후의 항생제 사용 등이 요구된다[35]. 항생제의 투여는 충수 절제술 후 상처 감염이나 복강 내 농양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하다[35]. 단순 급성 충수염 환자에서는 수술 상처 감염 예방을 위해 수술 전 항생제 단독 요법이 적절하다. Medical Letter and the Surgical Care Improvement Project의 지침은 cefoxitin (1~2 g IV), ampicillin/sulbactam (3 g IV)의 단독 요법, cefazolin (2 g if<120 kg or 3 g if>120 kg IV)과 metronidazole (500 mg IV) 병용요법, 그리고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의 경우 clindamycin과 ciprofloxacin, levofloxacin, gentamicin이나 aztreonam 중에 하나와 병용요법을 제안하고 있다[36,37]. 천공성 충수염 환자의 경우 그람 음성 막대균(gram negative rod)과 혐기성균(anaerobic)을 치료할 수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경험적으로 투여해야 한다[38,39]. 초기의 항생제 선택으로 piperacillin-tazobactam 또는 ticarcillin-clavulanate의 단독 요법 또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과 메트로니다졸(ex. ceftriaxone plus metronidazole)의 병합 요법을 시행한다. 항생제는 임상적으로 감염의 증거가 없을 때까지 대개 5~7일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40-42].
급성 충수염에서는 치료 지연에 따른 천공이나 다른 이차적 감염성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데, 이는 한 번의 입원으로 치료가 끝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43]. 수술 시점에 따라 응급(emergent) 수술과 긴급(urgent) 수술로 나눌 수 있으며, 결과엔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44-46]. 결국 즉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수술 방이나 의사가 없는 기관인 경우는 ‘응급’이 아닌 ‘긴급’ 방식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하겠다[7].
최근에 제한적이지만, 합병성 충수염 환자에서 주로 시행되었던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단순 충수염 환자에서 적용시켜 그 결과를 보고하였다[47,48]. 이것은 환경적 상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던 환자에서 항생제 치료만으로 치료가 되었던 경우와 충수염에 합당한 증상과 증후가 있던 환자에서 지속적인 치료가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질환이 호전된 경우에서 개념이 시작되었고[3], 게실염, 난관염, 신생아 장염들과 같은 복강내의 다른 감염 치료에선 항생제를 이용한 비수술적 치료 방법이 정립된 것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49]. 진단이 모호하거나 수술에 따른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가 종종 시도되고 있지만, 수술적 치료가 여전히 급성 충수염에서 표준치료이다[50].
합병성 충수염은 일반적으로 농양이나 연조직염(phlegmon)과 관련된 천공 충수염을 의미한다. 천공 충수염은 연간 발생률이 약 만 명당 2명이며, 시간의 경과, 지역,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51,52]. 충수염 환자의 20~30%에서 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5세 이하(45%), 60세 이상(51%)의 환자에서 높은 천공률을 보인다[9,53,54]. 천공의 비율은 증상 지속 시간이 길수록 증가하는데, 병원 내에서의 지연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7]. 천공을 의심할 만한 주요 소견으로 복통 강도의 증가, 국소 또는 범발성 복막염, 38도 이상의 체온, 빈맥 등이 있다[2]. 천공성 충수염의 치료는 천공의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자유 천공(free perforation)의 경우 고름이나 분변 물질이 복강 내로 살포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빠르게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대개 증상 발현이 5일 이상으로 길고, 우하복부에 종물이 촉진되는 환자의 경우엔 주위 조직과 심하게 유착되어 있어, 즉각적인 수술을 시행할 경우 광범위한 박리와 주위 조직의 손상을 초래해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다[55,56]. 그래서, 즉각적인 수술보다는 항생제 투여, 장휴식(bowel rest), 수액 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가 먼저 시행해 좋은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55-58]. 보존적 치료 중 필요 시 경피적 배액관 삽입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57,58], 점점 환자 상태가 나빠지거나, 복막으로 염증이 퍼질 때, 발열이나 백혈구증가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수술을 시행한다[59]. 충수염의 재발을 예방하고, 악성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비수술적 치료 6~12주 후에 수술을 시행하는데[60-62], 최근 여러 보고에서 비수술적 치료 후 재발률과 악성가능성이 낮으므로, 수술보다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악성 및 염증성 장질환을 감별하고, 지속적으로 외래 추적관찰을 시행하자는 주장도 있다[5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