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빠른 수혈은 출혈성 쇼크 환자에게 필수적이며 최근 전문외상소생술에서도 강조되고 있다[1]. 쇼크 환자에게서 수혈은 심박출량의 증가와 조직에서의 산소공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산소 부채(oxygen debt) 시간을 줄이고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2]. 그러나 수혈 부작용은 드물지 않으며 200,000∼420,000 단위의 수혈마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보고된다[3]. 이러한 수혈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혈 전에 교차시험을 거치고 있으나 이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응급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응급한 상황에서는 ABO type만 확인을 하고 교차시험을 거치지 않은 농축적혈구(unmatched ABO type specific packed red blood cell, UtypeRBC)가 주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이 방법도 환자에게 샘플을 시행하고, ABO 혈액형을 확인하고, 피를 이송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O형 혈액은 적혈구에 A 또는 B 항원이 없으며, 혈청에 항A 및 항B 항체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농축적혈구에는 혈청이 10 ml 이하가 들어있기 때문에, 응급 상황에서 교차시험을 거치지 않은 O형 농축적혈구(unmatched type-O packed RBC, UORBC)는 혈액형에 관계없이 빠르게 투여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UORBC의 투여가 안전하다고 보고하였으며, UORBC의 사용으로 UtypeRBC보다 빠른 수혈을 가능하게 해주었다[4-6].
더욱 신속한 수혈을 위해서는 병원 내 혈액 은행 위치도 고려돼야 하는데, 응급실과 혈액 은행의 거리가 멀수록, 혈액을 운반할 인력이 필요할수록 수혈에 필요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최근에 새로운 혈액 저장장치가 본원의 외상소생구역 내에 설치되었으며, UORBC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되어 있다. 이는 외상 환자에게서 빠른 수혈을 가능케 하기 위함이며 여기에 UORBC를 사용한 효과와 안정성에 대한 초기 연구를 보고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아주대학교병원의 기관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였다(AJIRB-MED-MDB-17-077). 2016년 3월 본원 외상센터에 새로운 혈액 저장장치가 설치되었으며 여섯 단위의 UORBC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Fig. 1). 한국에서는 Rh 음성 혈액형의 비율이 약 0.15%로 낮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Rh 양성 혈액을 저장하여 사용하였다[7]. 새로운 혈액 저장장치가 설치된 2016년 3월부터 8월까지 외상소생구역에서 UORBC를 수혈받은 환자를 후향적으로 조사하였으며,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외상소생구역에 혈액 저장장치가 없을 때 외상소생구역에서 수혈을 받은 환자와 비교하였다. 2016년 내원한 환자들 중에 불안정한 활력 징후(수축기 혈압 <100 mmHg, 심박동수 =110/min 또는 체온 <35°C)를 지니고 있으면서 1 L 이상의 수액요법에 반응이 없는 경우, 또한 다량의 출혈이 의심되는 환자(개방성 상처에서 급성 출혈이 심한 경우, 복부 팽만 또는 Focused Assessment with Sonography in Trauma 양성인 경우, 진찰에서 불안정 골반 골절이 있는 경우 등)에게 UORBC를 사용하였으나, 타병원을 경유하여 전원을 온 환자도 있으므로 반드시 활력징후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사의 판단에 의하여 수혈이 결정되었다. 대규모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는 농축적혈구, 신선동결혈장, 혈소판을 1:1:1의 비율로 입원하여 사용하였다. 2015년에 내원한 환자들 중 수혈이 급하게 필요한 환자를 구분하기 위하여 내원 당시 수축 혈압이 100 mmHg 이하의 환자를 모집하였다. 외상성 출혈 환자에게서 혈압은 많은 양의 실혈 이후에 감소하기 시작하므로 심한 저혈압 환자군을 모집하지 않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생각하여 기준을 정하였으며, 100 mmHg 이하의 환자군의 의무기록을 확인하였을 때 수혈이 이루어진 경우는 모두 급한 수혈(Utype 또는 UORBC 수혈)이 이루어졌었다. 모든 환자는 외상으로 내원하였으며, 18세 미만의 환자, 병원 도착시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 환자, 외부병원에서 수혈을 받고 온 환자는 제외하였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여 수혈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였으며, 수혈의 효용성을 알기 위하여 수혈 전후의 혈압의 변화 및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반영할 수 있는 24시간 내 사망률을 조사하였다. 급성 수혈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혈압, 체온, 피부 상태를 수혈 전, 수혈 중, 수혈 후 확인하였다. 지연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전체혈구계산, 간접 빌리루빈, 간 효소수치, 요검사, 흉부 방사선검사 및 활력징후를 주기적으로 시행하였으며 입원 이후 환자가 사망한 경우 진료기록부를 확인하여 수혈과 관련성을 조사하였다.
결과
총 113명의 환자를 분석하였으며 평균 연령은 52세였고 남자가 83명(73.5%)이었다. 60명의 환자가 2016년 혈액 저장장치가 설치되고 난 이후 수혈을 받았으며 2015년 수혈을 받은 외상성 쇼크 환자는 53명이었다. 양 그룹 간에 injury severity score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최초 혈압은 2015년 수혈을 받은 그룹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저장장치가 설치된 이후 총 145 단위의 UORBC를 수혈하였으며, 2015년 빠른 수혈이 필요한 53명의 환자 중 7명의 환자에게서 14 단위의 UORBC를 수혈하였다(Table 1). 새로운 저장 장치가 생기고 난 이후 수혈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빨랐으며 24시간 내 사망률이나 원내 사망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5년에 UORBC를 수혈받은 7명의 환자는 2016년 UORBC를 수혈받은 환자들과 내원 이후 수혈에 걸리는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차이가 났으며(33.43±14.25분 vs. 14.07±11.14분, p<0.001), 2015년에 UtypeRBC를 받은 그룹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33.43±14.25분 vs. 34.91±15.44분, p=0.812) (Table 2).
Table 1
Characteristic | 2016 (n=60) | 2015 (n=53) | p-value |
---|---|---|---|
Age (y) | 52.02±18.47 | 52.17±19.19 | 0.963 |
Gender | 0.976 | ||
Male | 44 | 39 | |
Female | 16 | 14 | |
Injury severity score | 26.72±11.98 | 29.60±17.11 | 0.307 |
Initial systolic blood pressure | 94.43±29.01 | 80.51±21.42 | 0.004* |
Initial heart rate | 102.43±23.91 | 106.57±27.24 | 0.392 |
Glasgow coma scale | 9.18±5.07 | 8.58±5.21 | 0.538 |
UORBC transfusion in trauma bay (unit)a) | 145 (2 [2∼3]) | 14 (2 [2∼2]) | |
Injury mechanism | |||
Vehicle accident | 34 (56.7) | 29 (54.7) | |
Motocycle accident | 7 (11.7) | 2 (3.8) | |
Bike accident | 3 (5.0) | 4 (7.5) | |
Fall down | 10 (16.7) | 11 (20.8) | |
Struck | 0 | 4 (7.5) | |
Slip down/roll | 0 | 2 (3.8) | |
Machine | 3 (5.0) | 1 (1.9) | |
Penetration | 3 (5.0) | 0 |
Table 2
2016 (n=60) | 2015 (n=53) | p-value | |
---|---|---|---|
Any pRBC transfusion from visit hospital (min)a) | 14.07±11.14 | 34.72±15.17 | <0.001* |
UORBC transfusion from visit hospital (min) | 14.07±11.14 | 33.43±14.25b) | <0.001* |
UtypeRBC transfusion from visit hospital (min) | NA | 34.91±15.44 | NA |
24-hour mortality | 8 (13.3) | 11 (20.8) | 0.292 |
In hospital mortality | 17 (28.3) | 18 (34.0) | 0.518 |
2016년 UORBC를 수혈한 60명의 환자들 중 47명(78.3%)은 O형이 아닌 다른 혈액형을 지니고 있었으나 급성 또는 지연성 수혈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Table 3). 또한 저장장치 설치 이후 UORBC 수혈을 받은 환자들은 수혈이 진행되면서 혈압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하였다(p=0.002) (Fig. 2).
고찰
혈압이 떨어지는 III 단계 이상의 출혈성 쇼크 환자는 대부분 수혈을 필요로 한다[8].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혈 시점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보고되고 있다. Brown 등[9]은 사고현장에서부터 외상센터로 헬기를 통하여 이송이 되는 병원 전 단계의 응급한 환자에게 이송 중 농축적혈구의 수혈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O’Reilly 등[10]도 전투 중에 다친 군인을 대상으로 병원으로 이송 중 수혈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보고하였다. 최근에는 Powell 등[11]은 수혈 장소가 아닌 수혈에 걸리는 시간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였으며, 10분씩 수혈이 지연될 때마다 사망률이 올라간다고 하였다.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서 최단 시간 내에 수혈이 이루어지는 것은 합리적이라 판단된다[12]. 이러한 빠른 수혈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UORBC 사용이 필수적이었으며, 이번 연구에서도 새로운 혈액 저장장치는 이전보다 20분 정도 빠른 수혈을 가능하게 하였다. 20분이라는 시간이 짧아 보일 수 있으나 ‘Golen Hour’가 중요한 외상 환자에게서 20분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13]. 또한 2015년 UORBC를 수혈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UtypeRBC 수혈을 받는 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UORBC의 수혈뿐만 아니라 혈액 저장장치의 위치도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 UORBC 수혈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혈압이 상승하였으며 정상혈압 근처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24시간 내 사망률이나 원내 사망률은 양 그룹 간에 통계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새로운 저장장치가 설치된 이후 사망률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예비 연구에서 긍정적인 성과이며 앞으로 더 많은 자료가 모이면 통계적인 차이를 기대할 수 있겠다.
UORBC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수혈 부작용이다. 특히 용혈성 수혈 부작용은 치명적이며 동종 면역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ABO 혈액형 불일치는 동종 면역을 일으키는 가장 잘 알려진 요소이다[14]. 그렇지만 O형 적혈구는 A 및 B 항원이 없으므로 동종 면역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15]. 또한 O형 혈액에 미량이지만 항A- 및 항B- 항체가 포함되어 있어 수혈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쟁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이미 O형 전혈 혈액을 사용하고 있다[16]. 더군다나 이미 출혈성 쇼크 환자에게 UORBC를 사용한 연구들이 있으며 이번 연구와 같이 치명적인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5,17,18]. Mulay 등[19]은 UORBC의 투입에서 급성 용혈성 수혈 부작용은 0.02%에서만 나타나며 다른 수혈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도 0.3% 이하라고 보고하였다. Goodell 등[20]은 혈액형과 관련없는 용혈성 수혈 부작용이 0.3%에서 나타난다고 보고하였으므로 이는 Mulay 등[19]이 UORBC에서 나타난 0.02%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그 밖에 수혈과 관련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나 과용혈 반응, 수혈연관 폐손상이나 감염 등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14]. 그렇지만 이러한 반응들은 예측할 수 없거나 혈액형을 맞춘다고 예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UORBC 사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수혈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매우 낮으며 혈액형을 맞춘다고 하더라고 비슷한 확률로 치명적인 수혈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UORBC 수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UtypeRBC 사용이 가능하면 UtypeRBC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UORBC는 UtypeRBC 사용이 가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다리(bridge)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본 연구의 경우 UORBC를 투여하면서 혈액 샘플을 시행하였으며, UtypeRBC가 사용이 가능하면 UtypeRBC를 사용하고 아직 준비가 어려운 경우에는 UORBC를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수혈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UORBC 사용 시 고려해야 할 점들 중에 하나는 이러한 UORBC 수급과 관련하여 혈액은행의 전반적인 운영상황을 항상 주목하여야 하며, 본원의 외상외과 의료진들도 혈액 수급을 운영하는 “수혈관리위원회”의 운영진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비록 본원 외상소생구역에 혈액 저장장치가 설치되었지만 혈액 보관에 관한 전문가가 외상소생구역에 상주하지는 않았다. 농축적혈구는 4°C 정도로 냉장고 안에 보관되며 만기 날짜만 간호사에 의하여 점검되었다. 또한 사용되지 않은 농축적혈구를 다른 병동의 환자에게 투입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어려운 일이어서 외상소생구역 혈액 은행에는 여섯 단위의 농축적혈구만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량의 수혈이 필요한 경우 UORBC는 UtypeRBC이 준비될 때까지 다리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적은 농축적혈구로도 충분하였고 다행히 혈액의 보관기간이 만료되어 폐기되는 일은 없었다. 최근에는 중증 외상 환자에게서 UORBC뿐만 아니라 O혈 전혈이나 다른 혈액 제제의 사용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21-23]. 현재 본원 외상센터의 혈액 은행으로는 농축적혈구 이외에 다른 혈액 제제에 대한 보관이 어려운 상태이며 이에 대하여 더 발전된 혈액 관리 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첫째로, 총 UORBC 수혈 단위가 적기 때문에 수혈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둘째로, 2016년에 내원한 불안정한 활력징후를 가진 환자들이 모두 UORBC 수혈을 받았기 때문에, 결정질 용액으로도 혈압 상승 효과가 똑같이 나타날지에 대하여 확인할 수가 없다. 셋째로, 아직 연구에 포함된 환자가 적기 때문에 통계적인 결론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증 외상 환자의 특성상 무작위 연구가 어려우므로 후향적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UORBC는 빠른 수혈을 가능하게 하며 혈압의 상승에 효과가 있다. 수혈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은 적고 외상성 쇼크 환자에게서 빠른 소생이 중요하므로 중증 외상 환자에게 UORBC 수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더 나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혈액 저장장치가 응급실이나 외상소생구역 등에 위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예비 연구에 이어 빠른 수혈이 생존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지, 대량 수혈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앞으로 연구해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