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복강내압(intra-abdominal pressure)은 복벽, 횡격막 및 골반으로 이루어진 복강 내의 압력을 의미하며, 복강내압은 체중, 자세, 복근의 장력 및 횡격막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1]. 복강내압은 19세기부터 측정되기 시작하였으나,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행되었으며 복부 외상 외의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복강내압의 상승은 대정맥과 복부 장기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외에도 흉강내압 및 두개내압의 상승까지도 유발하여 전신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3].
그러므로 복강내고압(intra-abdominal hypertension)은 중환자 치료에서 혈역학적 악화뿐만 아니라 장기부전의 악화 원인이 되어 사망률을 증가시키게 되며 원인 질환과 함께 이 자체가 치료의 대상이 된다.
이 글에서는 복강내압이 중환자의 생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임상 양상 및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정의 및 측정 방법
복강내압의 정상 범위는 5∼7 mmHg이며 12 mmHg 이상으로 상승하였을 때 복강내고압으로, 20 mmHg 이상 상승하고 장기부전이 동반되어 있을 때 복강구획증후군(abdominal compartment syndrome)으로 정의된다.
복강내압은 방광에 25 ml의 식염수를 채운 후 도뇨관을 통해 측정하며 앙와위에서 액와중심선 높이의 장골능에서 측정한다[
1].
유병률 및 원인
복강내고압은 내과계 중환자에서 54.4%, 외과계 중환자에서는 65%로 외과계 환자에서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4], 다량의 수액 및 혈액 제제 투여 외에도 복벽과 복부 장기의 부종을 유발하는 패혈증 역시 중요한 원인이 된다[
5].
복강내고압은 복강, 후복막강 및 골반강의 외상 및 질병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primary, surgical) 복강내고압과 복부의 원인 없이 발생하는 이차성(secondary, medical) 복강내고압, 그리고 예방이나 치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삼차성(tertiary) 복강내고압으로 분류된다[
6].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혈복강, 복수 및 장폐색과 같이 복강 내 공간을 차지하는 원인부터 산증, 패혈증, 대량의 수액 투여 및 수혈과 같은 부종을 유발하는 내재적 원인이 있으며 화상에서의 가피, 복와위 및 인공호흡기에 의한 횡격막 압박과 같은 외부에서의 압박과 같은 원인들이 있다[
6].
임상적 영향
1) 복부관류압(abdominal perfusion pressure)
복강내압의 상승은 복부 장기의 직접적 압박과 함께 관류의 저항으로 작용한다. 복부관류압은 평균동맥압과 복강내압의 차로 정의되며 복강내압 상승으로 인한 복부관류압의 감소는 복부 장기로의 혈류 공급을 악화시키게 된다[
7]. 이는 중환자에서 발생하는 장기부전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장혈류의 감소로 인한 장점막 방어의 붕괴와 장운동의 감소로 인한 경장영양 공급의 장애 등을 유발하여 악순환을 유발하며,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증가시키게 된다.
2) 심장 기능에 대한 영향
복강내압의 상승은 심장으로의 정맥환류를 저해하게 되며 다양한 기전이 작용하게 된다. 대정맥의 압박 및 횡격막 압박으로 흉강내압을 상승시키고 이는 정맥환류를 저해하며 심장의 전부하 감소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심박출량의 감소를 야기한다. 또한 좁아진 흉강 내에서 횡격막 및 폐에 의한 직접적인 심장 압박은 심장의 수축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혈류 감소는 산증을 유발하여 심장의 기능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8].
3) 호흡 기능에 대한 영향
복강내압에 의해 상승된 횡격막은 폐의 기능적 잔기량 감소와 함께 압박 부위의 무기폐를 유발하며 이로 인해 폐내 단락이 발생하여 저산소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기계 호흡 및 흉벽의 유순도 감소로 인한 흉강내압의 상승은 폐혈관의 저항을 증가시켜 호흡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9].
4) 뇌 기능에 대한 영향
높은 복강내압에 의한 흉강내압의 상승은 뇌로부터의 정맥환류에 장해를 유발하며 복강내압에 의한 척추의 정맥환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두개내압을 상승시키게 된다. 인체에서도 두개내압이 상승된 환자에서 개복을 하였을 때 두개내압이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되어 있다[
10].
5) 복부 장기에 대한 영향
복부 관류압의 감소는 복부 장기에 대한 혈류 감소로 이어지며 20 mmHg의 복강내압은 간문맥 혈류를 35%까지 감소시키게 된다. 복부 장기에 대한 혈류 감소에 의한 장허혈은 장점막 손상을 유발하고 유산 증가에 의해 산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특히 허혈이 발생한 장기는 치료에 의해 혈류 공급이 재개되어도 재관류 손상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손상을 주게 된다[
9].
6) 치료
복강내고압 치료는 복부관류압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으로 첫 단계는 복벽의 장력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진정제와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으며 필요 시에는 신경근차단제를 투여하여 복근의 수축을 억제하여 복벽의 유순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복강의 부피를 증가시키는 혈종이나 복수를 제거하고 배변을 유도하여 장내 가스를 배출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환자에서 발생하는 복강내고압의 주요 원인은 복벽 및 장기의 부종으로 초기 소생 단계에서 투여된 과도한 수액과 혈액에 의한 결과인 경우가 많아 적절한 수액량의 조절이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
이러한 치료에도 복강내고압 및 복부구획증후군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개복을 통한 수술적 감압을 고려해야 한다. 복강내고압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 질수록 저관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며 이로 인한 장기부전이 증가되므로 치료적 개복의 결정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11].
결론
고복강내압은 중환자 영역에서, 특히 외과계 중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그 자체가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 중환자의 회복에 중요한 걸림돌이 된다. 예방을 위한 수액 및 혈액 투여량의 적절한 조절과 아울러 보존적 치료의 한계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치료적 개복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