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급성 복증은 외과의사로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응급 수술의 대상으로 그 중 외상이 아닌 대표적인 질환은 급성 충수염, 위 궤양 및 십이지장 궤양 천공을 비롯한 장 천공, 급성 담낭염, 장관의 괴사, 혈복강에 의한 저혈압 등이 있다. 이러한 응급 수술의 특징으로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며, 수술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우지 못하고 수술에 참여하게 되고, 낮에는 정규 수술 사이에 수술이 시행되기 때문에 수술실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간보다는 야간에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고,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대부분 젊은 외과의사가 당직에 참여하므로 수술자의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다. 특히 수술실이 제한되어 있는데, 여러 응급 수술들이 필요한 환자가 동시에 한다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또한 야간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여 응급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경제적인 면과 함께 수술자의 체력 및 정신적인 면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triage가 필요하다. 여러 응급 수술 중에서도 가장 급한 수술부터 먼저 시행하는 순서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자원의 배분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저자들은 외상이 아닌 급성 복증 환자에서의 이상적인 수술 시간 및 triage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본론
급성 충수염
급성 충수염은 가장 흔한 외과적 응급 질환이며, 대부분 복강경하 또는 개복 충수 절제술이 시행된다. 급성 충수염을 응급으로 수술하면 천공 또는 합병증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에 밤에 내원한 환자의 경우 다음 날 정규수술로 시행해도 예후에 변화가 없다는 보고들도 있다[1-4]. Busch 등[1]은 내원 시로부터 12시간 이상 수술을 늦춘다면 천공성 충수염의 발생이 22.7%에서 29.7%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하였으며(p=0.010), 다변량 분석에서도 천공성 충수염을 1.54배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Teixeira 등[2]은 4,529명의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내원하여 수술 시까지의 시간이 6시간 이내일 경우 수술 부위 감염(surgical site infection, SSI)이 유의하게 감소한다고 하였으며, 특히 천공이 없는 충수염에서 6시간 이내에 수술할 경우 SSI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여(1.9% vs. 3.3%) 천공이 없는 충수염에서 6시간 이내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Ditillo 등[3]은 1,081명의 충수염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증상발현 후 내원까지의 시간과 내원 후 수술까지의 시간 모두 급성 충수염의 진행에 영향이 있다고 하였으며, 진행된 충수염은 재원기간과 합병증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어 충수절제술이 가능한 빨리 필요하다고 하였다. 반면에 Clyde 등[4]은 내원하여 수술까지의 시간이 수술 후 합병증이나 천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고, Eko 등[5]은 응급실 내원에서부터 수술까지의 시간이 천공이나 합병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재원기간과 비용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World Society of Emergency Surgery Study Group에서 문헌고찰과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2013년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는데(Timing of Acute Care Surgery classification [TACS] 연구),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내원에서 수술까지의 시간은 6시간 이내였고, 제안된 시간은 12시간이었다[6].
저자들이 학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천공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충수돌기염은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후 수술하였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738배 더 높은 relative risk를 보였으며(95% confidence interval [CI], 1.319∼2.425) 48시간 이후 수술한 경우에는 그 전에 수술한 경우보다 합병증을 동반한 충수돌기염의 relative risk가 2.061 (95% CI, 1.309∼3.244)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저자들은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 충수돌기염 수술을 시행할 것을 권장한다.
소화성 궤양 천공
소화성 궤양 천공에 의한 복막염의 경우에서 수술까지의 이상적인 시간(proposed ideal time to surgery, iTTS)이 얼마인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문헌이 많지 않다.
Svanes 등[7]은 1935년부터 1990년까지 1,237명의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증상의 시작으로부터 수술까지의 시간이 12시간보다 긴 경우에 합병증이 증가하며 24시간이 넘어가게 되면 사망률이 7∼8배, 합병증은 3배, 재원기간은 2배 증가하므로 12시간 이내에 수술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Surapaneni 등[8]은 천공으로부터 수술까지의 시간에 따라 24시간 이내, 24∼48시간, 48시간 이후의 세 군으로 분류한 결과 24시간 이내에는 사망률과 합병증 모두 없었지만 48시간 이후에는 58명 중 15명이 사망하고 상처감염 15건, 복강내 감염이 7건 발생하여 최소 24시간 이내에 수술을 권하였다. 외상에서의 경우를 보면 장천공에서 천공으로부터 수술까지의 시간이 5시간 이상일 경우 다변량 분석에서 사망에 대한 위험도가 3.19배 증가한다는 문헌도 있다[9]. TACS 연구에서는 전문가 의견은 1시간 이내, 제안된 내원에서 수술까지의 시간은 1시간 이내이지만 소생이 필요한 경우에는 1∼2시간의 소생 후에 수술 시행을 권하였다[6].
저자들의 경우에는 장천공이라는 면을 놓고 보았을 때 내원 시부터 5시간 이내를 추천하며, 늦어도 24시간 이내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타 급성 복증
충수돌기염이나 궤양천공에 국한하지 않고 복부 응급 수술 전반을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 역시 많지 않다. Adamu 등[10]에 의하면 내원 후 24시간 이후에 수술한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96배 높은 사망률의 차이를 보였다(p<0.001). Mbah 등[11]은 전반적인 수술 환자의 사망률은 20.6%인 데 반해 내원 6시간 후 수술한 환자의 96.4%가 사망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에 저자들은 복부 응급 수술에 있어 가능한 6시간 내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빈도가 적은 질환군에 대해서는 학회에서 다기관 연구를 추진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Triage
헬싱키 대학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신호등을 이용한 색깔 코딩(적색, 8시간 이내 수술; 주황색, 8∼24시간 이내 수술; 노란색, 24∼48시간 이내 수술)에 따라서 응급 수술 triage를 한 결과 야간 수술을 줄이고 수술실의 효율적인 사용과 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대기 시간 감소를 이뤘다고 하였다[12].
TACS 연구에서는 우선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서 한 번 분류하고(Table 1), 기존의 증거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제안된 iTTS를 5단계로 분류하여 다시 제안하였다. 다섯 단계는 즉시, 진단으로부터 1시간 이내, 진단으로부터 6시간 이내, 진단으로부터 12시간 이내, 진단으로부터 24∼48시간 이내로 분류하였다. iTTS는 다음의 Table 2와 같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iTTS와 큰 차이는 없었으나 충수 절제술과 담낭 절제술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에서는 진단으로부터 6시간 이내 수술로 분류된 반면 iTTS에서는 진단으로부터 12시간 이내로 늦춰졌다.
Table 1
Table 2
병원마다 응급에 대한 triage의 분류표를 만들고 이용한다면 다수의 응급 수술이 발생하였을 때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수술실의 원활한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복부의 응급수술에 대한 triage와 함께 다른 임상과의 응급 수술에 대한 triage를 같이 설정하여 마취과와 공유하였을 때 응급 수술을 필요로 하는 각 임상과 집도의들이 대기시간을 예상할 수 있고, 서로 빨리 수술실을 사용하려는 각 임상과 간에 마찰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triage에서 우선 순위만이 아니라 중증도에 따라 미뤄질 수 있는 한계시간도 설정하고 무조건 그 시간 내에 수술실 입실을 원칙으로 정해 수술실을 운영한다면 집도하는 임상과와 마취과, 수술실 간호사 간의 논쟁도 감소할 것이며, 환자의 입장에서도 기다리더라도 최소 언제까지는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도 있어 효율적인 수술실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 전향적 다기관 연구가 진행된다면 응급 환자 수술에 있어 획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추측된다.